대구사이버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수기
대구사이버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수기
"내가 가진 어두운 눈"
벌써 4학년의 한 학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언제 4년을 다 다닐까 생각했던 시작은 벌써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 시작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랜 보육교사로 시간을 보내며 현장에서 만나는 경제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구별하고 그 검사와 치료의 시기를 먼저 알려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 여기며 시작되었다.
그렇게 큰 마음을 먹고 시작한 특수교육학은 점점 시간을 더해 갈수록 지식을 갖춰야 했고 무조건 덤비며 판단할 일이
아니란 걸 알아가며 스스로 낮추게 되었고 지식을 얻은 만큼 섣부른 판단에서 오는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남기도 하였다.
나는 마흔에 낳은 늦둥이가 있다. 너무도 감사하게 아주 건강한 아이를 큰아이와 12년 터울로 자연분만하였다.
그 어리고 연약한 생명이 자라나는 것은 이십 대의 내가 아무 준비 없이 첫아이를 키우던 시절보다 갑절은 더 신비롭고
즐거웠으며 행복하였다. 다만 육아를 담당하는 나의 체력적인 한계가 아주 자주 덤벼드는 것을 제외하면 순탄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우리 가족은 남편의 첫 이직으로 지역을 옮겨 모든 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였다.
남편의 새 직장에 대한 적응과 큰아이의 고교 시작의 사춘기적 변화, 그리고 조금은 즐거울 것 같았던 이곳의 자연환경과
생활을 주는 여유로움에 잠시 눈이 멀어 있었던 그때, 늘 잘 웃고 잘 적응하며 뭐든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작은 아이의
모습에서 특이한 사항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매번 외출에서 찍은 사진 속 아이는 눈을 찡그리고 있었으며 시선은 렌즈를 바라보지 못했고 고개를 흔들거나 돌렸으며
손, 발톱의 주변까지 피가 나도록 뜯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장소든 주위가 산만하여 집중을 방해한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을 때 미련하게도 나는 야단을 치느라 바빴고, 매번 경고를 주었으며, 집중하라고 나무라는 데에만 급급했다.
그리고 학교에 입학하고 특수교육학과 강의를 수강하며 아이가 보인 증상은 일시적 정서적 불안으로 오는 틱장애,
주의력 결핍에서 오는 과잉행동 장애인 ADHD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뜨겁게 울었다. 이 미련한 엄마는, 이 부족하기
짝이 없는 엄마는 다른 아이들의 장애를 살피느라 눈앞에 있는 내 아이를 보지 못하고 다른 가족들을 챙기느라 이 어린
다섯 살이 받아들여야 하는 새 환경에 대한 변화를 그저 잘 웃는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것이다.
그 때의 아픔은 언제나 내게 후회와 통증을 안기고 상처처럼 남아 학업을 지속하는 내내 기억에서 떠나질 않았다. '좀 더
세심했다면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훨씬 더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반성은 이젠 아이를 향한 새로운 눈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내 아이는 지금 11살이다. 이곳의 특별한 자연환경에 취해 곤충과 새와 동·식물들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또래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며 어디서든 통통 튀며 뛰어다닌다. 날마다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아이는 이전의 증상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 농쳐버린 시간동안 아이를 지배한 자존감의 하락과 주의력 결핍은 여전히 아이를
짓누르는 그림자처럼 남았지만 어제 보다 오늘이 나았고 지난달보다 이번 달이 나았으며 작년보다 올해가 훨씬 더
좋아졌다. 그럼 이제 기다리는 것만 남았으니 나는 응원하고 기도하며 아이를 지지하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난 4년, 특수교육학은 내게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게 하였고 직장 내에서는 나의 특별한 스펙이 되었으며 아이들을
보는 눈을 확장 시켰고 내년부터 시작할 내 꿈인 어린이집 운영에 든든한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다시는 어두운 눈으로
아이들을 보지 않겠노라 깊이 다짐하며 더 밝은 눈을 갖도록 노력할 것이다.